미국 금융탐방

13회 DB금융경제공모전 미국 글로벌 금융탐방 실시

금융탐방(미국) 소감문 – 13회 수상자 안준용

공모전 참가동기

고등학교 1학년이던 2016년 당시 운 좋게도 미국 서부로 수학여행을 떠날 기회가 있었다. 아마 과학고에 재학 중인 학생들에게 테슬라, 구글 등 유수의 기업들을 탐방할 기회를 제공하고 나아가 칼텍, 스탠퍼드 등 미국 명문대로의 진학을 구체화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함이었으리라. 그러나 지금 반추해 보면 그즈음의 나는 너무 어렸고, 그저 미국 여행이라는 기대로 들떠 있었기에 쳇바퀴처럼 끊이지 않는 대학 방문은 불만 거리에 불과했다.

‘과학고-과학기술원-대기업-정출연'. 많은 선배가 걸어간 길이 그러했고, 나도 그런 길을 갈 줄만 알았다.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고민할 시간에 수학 문제를 풀고 대외 실적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었다. 그러나 3년간 아등바등한 끝에 남은 것은 녹슨 트로피 같은 대학 입학허가 통지서들과 ‘더 이상 실험실에 있고 싶지 않다‘라는 자조적 한탄이었다. 그리하여 대학 진학 후 1년간은 적당히 학점을 관리하고, 적절히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며, 적합한 곳에 취직해 살아가리라 합리화하며 나를 놓아버렸다. 그러다 (인생의 많은 일이 그러하듯) 어떤 계기였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2학년으로 진학하면서 기술경영학부를 주전공으로 선택하게 되었고, 또한 무슨 연유인지는 불분명하지만 진입 첫 학기에 학과 수석을 하게 되었다. 다만 이제 와 생각해보면 한 끗발의 운에 불과했을 한 차례의 수석이 삶의 행로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고 조심스레 추측할 뿐이다.

인간이 참으로 간사한 게, 여차저차 하여 유학을 목표로 한 시점부터는 방탕했던 1학년이 삶이 싫었고 또한 헛되이 날려버린 고등학생 당시의 대학 탐방이 아쉬웠다. 그러나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하는 것밖에 없었다. 치열하게 공부를 했고, 연구를 했으며 또한 일을 했다. 7박 9일이라는 긴 기간 동안 미국으로 떠나 금융 기관들을 방문하고 동부의 명문대를 견학할 기회를 얻은 것 또한 우수한 성과에 대한 ‘결과’라기보다 고투에 의한 ‘여파’라고 믿을 따름이고, 그렇기에 부박한 분투를 뜻깊게 생각하시어 선뜻 가치 있는 경험을 지원해주신 DB김준기문화재단에 감사한 마음이다.

미국 금융탐방, 생생한 후기 및 배운점

후의 공모전에 참여하여 미국 탐방의 기회를 얻게 될 참가자들을 위해 ‘매 순간을 충분히 만끽하시길 바란다’라는 짧은 조언을 남기고 싶다. 매뉴라이프, 골드만삭스, 블랙록, DB 미국 현지법인 등 금융 기관 일선 직원이 일개 학부생들을 위해 각종 금융상품 및 본인의 커리어에 관해 이야기한다는 것은 문자 그대로 불가능에 가깝다. 현학적인 질문, 완벽한 이해에 집착하기보다 순간에 몰입하여 마음껏 질문하고 치열하게 고민하는 과정 자체를 자산이라 여기고 ‘만끽’하는 자세가 더욱 중요할지 모른다. 변화는 우연에 의해 배태되고 다시 우연은 변화 속에서 태동하기에, 탐방의 매 순간을 붙잡으려는 노력이 우연을 생성하고 그 결과로 분명 삶은 변할 것이다.

예컨대 “금리가 빠르게 인상되는 외재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어떤 대응 전략을 수립하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결과로서의 전략을 듣기도 어려운 일이겠지만, 그러한 의사결정에 이르기까지 경험적 근거의 전달은 대면 질의응답이기에 가능함에 분명하다. 또한 질문에 대한 답변이 구글 검색을 통해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종류의 것이라 해도, 질문이 발화하고 답변으로 돌아오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이 하나의 기억 조각을 형성하고 그로 말미암아 삶의 어느 지점에 파문을 일으킬 것이다. 변화가 우연에 의해 비롯된다 해도, 인생 자체가 하나의 경영과도 같아서 우연을 만드는 역량의 개발은 개인의 몫이 아닐까.

특히 내 경우에는 하버드와 MIT를 탐방하면서 삶이 불가역적인 어느 지점을 통과했다는 미묘한 뒤틀림을 체감했다. 어쩌면 막연하게 유학을 생각하고 있었을 뿐 실제로는 주저하고 있었기에 확신을 가질 계기가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유학에 관한 다양한 실질적 정보보다도 나와 비슷한 길을 걸어온 선배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 자체가 좋았다. 성취의 결과보다도 그에 이르기까지의 고민과 경험을 들으며 삶의 우선순위를 다시금 고민하게 되었다. 물론 이 같은 감정이 동경에 불과할지도 모를 일이지만, 전술했듯 우연은 변화를 배태하기에 보스턴 복판에서의 감정이 목적지를 향해 전행토록 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차년도 참가자에게 하고싶은 말

끝으로, 탐방을 함께한 공모전 참가자들과 DB 직원분들께 감사할 따름이다. 삶에서의 자산이 경험 혹은 인간관계라면, 앞선 금융 기관 및 대학 탐방은 전자에 해당할 것이고 약 8일간의 부대낌은 후자의 영역일 것이다. 탐방을 마무리한 시점에 뒤돌아보니 어색했던 첫인사에서 웃으며 농담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기까지의 인간적 교류가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는 듯싶다. 한국에서의 치열한 삶으로 인해 앞만 보고 달리느라 정신이 없었던 찰나에, 매일 같이 나의 진로와 생각에 대해 기꺼이 물어봐 주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내가 잘할 수 있을까?’에 관한 답을 얻기 위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타인의 이야기로부터 해결의 단초를 얻기도 했다. 그렇기에 이해타산을 제쳐 두고 선뜻 본인의 이야기를 나누던 모든 시간이 복귀할 삶의 와중에 문득 떠오르지 않을까 싶다. 만약 이 글을 읽는 탐방 예정자분이 있다면, 득실 계산 없이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인간관계를 형성할 기회라 생각하셨으면 좋겠다.